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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ㆍ아산병원도 못 버틴다… 외면받는 뇌전증 환자들

기사작성 : 2025. 08. 03.

 

이미지=챗GPT
이미지=챗GPT


#. “3호실 환자가 전신강직간대발작을 하고 혼수상태입니다. 어떻게 할까요” 지난달 31일 새벽 3시. 강남베드로병원 비디오뇌파검사실 뇌파기사에게 전화가 왔다. 잠에서 막 깼지만 신속하게 지시를 내려야 했다. 또 전신발작이 발생하는 것은 막아야할 것 같아서 깨어나면 센틸 5mg을 주라고 지시했다. 다행히 전신발작은 더 발생하지 않았다.

#. 1일 오후 4시. 병실회진을 도는데 환자의 어머니가 “발작을 너무 세게 해서 얼굴에 많은 피하 출혈들이 생겼는데 없어지겠지요. 발작을 더 해야 하나요?”라며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 필자는 한번 발작으로는 부족하다. 적어도 2~3회는 더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병실에서 막 나와서 엘리베이터를 타려고 서 있는데 아래층 간호사 2명이 주사약을 들고 급히 뛰어올라오고 있었다. 그 환자가 다시 전신발작을 시작했다고 한다.

뇌전증 발작 중 가장 심한 형태는 전신강직간대발작이다. 뇌 전체에 강한 전기 신호가 퍼지면서 환자는 의식을 완전히 잃고 호흡 근육을 포함한 전신의 모든 근육이 극도로 경직된다. 일시적으로 숨을 전혀 쉴 수 없게 되며 핏기가 사라져 파랗게 변하는 증상이 나타난다.

환자를 처음 보는 간호사와 의사는 숨이 멎을 듯한 충격에 휩싸이고 혼비백산하게 된다.

신경외과 과장이 비디오뇌파실에서 젊은 여성 환자가 전신강직간대발작을 하는 것을 처음 본 후 필자를 찾아왔다.

전신발작을 보면서 너무 놀랐고 이러다 사망하지 않을지 매우 걱정이 된다고 했다. 놀란 가슴은 다음날까지도 진정되지 않았다. 

비디오뇌파검사는 다양한 약물로도 발작이 조절되지 않는 난치성 뇌전증 환자가 입원한 상태에서 항경련제를 중단한 뒤, 뇌파검사와 함께 유발된 발작을 영상으로 기록하는 정밀 검사다. 뇌전증 수술 전 반드시 시행해야 하는 필수 절차다.

환자의 어머니는 생전 처음 보는 강렬하고 격렬한 전신발작에 충격을 받은 듯 의료진에게 매달린다. 

“아이가 이렇게 심한 발작을 하는 모습을 더는 볼 수 없습니다. 다시는 발작이 일어나지 않게 해 주세요”

하지만 1회 발작으로는 뇌전증 수술을 결정하기가 어렵다. 적어도 3~4회 발작이 발생해야 뇌전증이 발생하는 뇌부위를 정확하게 진단할 수 있다.

필자는 병실로 다시 들어갔다. 환자는 이미 전신발작을 일으키고 있었다. 양팔과 다리는 극심하게 경직된 상태였고 얼굴은 어두운 청색으로 변해 거의 숨이 끊길 듯한 모습이었다.

필자는 놀란 뇌파기사와 간호사들을 안정시키고 환자의 자세를 옆으로 눕히게 했다. 간호사에게는 산소 마스크를 코와 입에 씌우도록 지시했다.

다행히 전신발적은 곧 멈췄고 환자의 얼굴색도 서서히 회복되기 시작했다.  전신강직간대발작을 바로 옆에서 지켜보면 환자가 마치 죽음의 문턱까지 다녀온 듯한 느낌을 받게 된다.

이 장면을 처음 목격한 사람은 대부분 당황해 어찌할 바를 몰라 한다. 30년 넘게 뇌전증 발작을 지켜보고 치료해온 필자 역시 겉으로는 침착함을 유지하지만 속으로는 늘 긴장하고 마음이 떨린다.

서울과 부산 이외의 전국 대학병원이 수술전 비디오뇌파검사를 시행하지 못하고 있는 이유가 이 때문이다.

수술 전 시행되는 비디오뇌파검사는 환자와 의료진에게 죽음의 문턱을 넘나드는 사투의 과정을 담는다. 난치성 뇌전증 치료를 위한 필수 검사인데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의료기관은 인력 부족과 높은 운용 비용 때문에 기피하고 있다. 

현재 전국에서 수술 전 비디오뇌파검사를 하고 있는 전국 8개 병원들 중 하루 24시간 3교대 체계로 뇌파기사를 고용하는 곳은 강남베드로병원, 삼성서울병원 단 두 곳뿐이다.

재정 적자에도 불구하고 중증 난치성 뇌전증 환자를 위한 책임진료 일환으로 시스템을 유지하고 있다. 나머지 병원은 야간 시간대에 전담 뇌파기사가 없는 실정이다. 

전국에서 비디오뇌파검사실에 전담으로 근무하는 뇌파기사는 고작 20~30명에 불과하다. 이들이 현장을 떠나면 검사실을 폐쇄해야 한다.

서울대병원과 서울아산병원조차 뇌파기사 부족으로 뇌전증 수술 건수가 매우 적다. 흉부외과 전공의 수급난보다 더 심각한 수준이다. 

수술 전 시행하는 비디오뇌파검사에 대한 정부의 지원(병원지원 및 전담 뇌파기사 인센티브)이 꼭 필요한 이유이다.

약물 난치성 뇌전증 환자를 치료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뇌전증수술이다. 더 늦기 전에 정부가 실태를 정확하게 인지해 실질적인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 [뉴스W]




출처 : 뻔하지 않은 뻔뻔한 뉴스-뉴스W(https://www.newsw.co.kr)